
1. 출산 전 이야기
출산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설레면서도 긴장되었다.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지만 아기가 역아여서 고양이자세도 열심히 해보고 운동도 해봤지만 마지막 검진 때까지 돌지 않아서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잡았다.
제왕절개 날짜까지 받았는데 결국 출산 이벤트가 생겨 3주 정도 빠르게 아가를 만났다
2. 출산 당일의 기록
그날은 평범한 오후였다. 오후 5시쯤,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처음엔 꿈인가 싶었지만, 곧 상황을 깨닫고 너무 놀라 신랑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원에도 급히 연락했더니, 바로 오라고 했고
순간 ’ 머리도 안 감았는데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시간 없이 대충 옷을 입고 캐리어를 꺼내 출산 가방을 부랴부랴 다시 싸기 시작했다. 준비해 둔 가방이 있었는데도 막상 상황이 닥치니 뭘 더 챙겨야 할지 몰라 정신이 없었다.
신랑은 바로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회사가 가디역 근처) 다행히 근처에 시부모님이 계셔서, 함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아기가 괜찮을지,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라는 생각만 들었다.
3. 병원에서의 이야기
6시쯤 병원에 도착해 접수를 마치고 당직선생님께 진료를 봤다. 초음파 화면에 무사히 잘 있는 우리 아기의 모습을 확인하니, 걱정이 조금 사라졌다.
수술시간은 밤 10시에 시작한다고 했다.
코로나 검사-음성-분만실이동-분만실태동검사-수액 및 항생제 테스트
항생제 테스트 할 때, 평소 주사를 잘 참는 편인데도 이건 정말 아팠다. 안 아팠다는 사람도 있는데 난 아팠음
누워서 마음을 차분히 먹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늦게 온 신랑이 어찌나 반가웠는지 신랑과 이야기 나누며 조금씩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고,
가족, 지인에게 연락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4. 수술 시작
10시가 되자 신랑과 인사하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 분위기가 생각보다 따뜻해서 긴장이 조금 풀렸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의료진들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안심이 되었다.
먼저 간호사가 밑에 면도를 해주셨고, 마취과 선생님이 오셔서 척추마취를 진행하셨다. “새우등처럼 등을 말아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자세를 취했는데, 주사는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마취가 점점 퍼지면서 몸이 무거워졌고, 산소마스크를 썼다. 소변줄을 꼽고 조금 숨쉬기가 약간 힘들어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잠깐 재워 주셨다.
곧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수술이 시작되었다. 수술 중간에 배를 누르는 느낌이 몇 번 들더니, 마침내 우리 아기의 첫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기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안도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아기를 처음 보았다.
엄청 조그마하고 인형같이 예쁘게 생겼다.
만나서 반갑다고 말하니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지 울음이 그친 반짝이~ 감동 그 잡채였다
아기를 보여준 후 후처치를 위해 수면마취로 다시
재워주셨는데, 이상하게 후처치 중에 눈이 떠졌고 정신이 들었다 (하반신은 마취된 상태)
5. 제왕절개 후의 회복 과정
아기를 처음 보여줬을 때 따뜻함과 사랑스러운 모습은 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수술 후 몸이 많이 지쳐 있었고, 너무너무 추웠다(따뜻한 이불 하나 더 덮어야 함)
# 수술 첫날 (저녁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나는 페인부스터, 유착방지제, 무통주사까지 다 넣었다.
하지만 자궁수축제 인지 아님 마취가 풀려서 인지 느껴지는 통증이 있었고, 새벽 내내 계속 배가 아파 잠을 잘 못 잤다. 그리고 배 위에 돌덩이처럼 무거운 거 올려놓고 있었다 이것 때문에 그런 건지 간호사가 검진 돌면서 수술 배를 누르니 엄청 아팠다ㅠ
#그다음 날 (구 1인실->신 1인실 이동)
이제 고개를 들고 베개를 벨 수 있었다. 미음을 먹고, 물도 마실 수 있었고 소변줄도 떼고 오후 2시까지 소변을 보라는 미션을 주었다.
우선 침대에서 일어나 보기로 하고 간신히 일어났는데 너무 힘들었다.
누구는 일어나면 장기 쏟아지는 느낌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느낌보다는 일단 속이 너무 안 좋고 엄청나게 어지러운 게 제일 힘들었다.
그렇지만 아기를 보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걷고 또 걸어 다니니 조금씩 회복이 되었고, 아기도 보러 갈 수 있었다!
부기 빠진 아기얼굴을 보니 너무 예뻤고, 빨리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3일째
드디어 수유콜을 받아 수유하러 갔다.
첫 아이라 안는 법도 잘 몰랐고 혹시라도 아기를 떨어트릴까 봐 손을 떨면서 안았다.
첫 수유를 시도할 때도 몸이 회복되지 않아 힘들었지만, 아기 얼굴만 봐도 행복했다.
#4일째
드디어 샴푸서비스받았다. 머리 못 감아서 너무 근질근질했다ㅠㅠ
여느 때와 똑같이 걷기 운동을 하며 아기를 보러 갔다
페인부스터와 무통주사를 떼었고,
시간이 좀 지나고 수술부위가 불에 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침대서 앉고 일어나는 게 힘들고 계속 수술부위가 불에 타는 느낌이 심하고 너무 아파서 진통제 놔달라고 해서 좀 나아졌다ㅠ
#5일째
회복은 빠른 거 같으면서도 통증이 있어 아플 때마다 진통제 주사 놔달라고 했다.
#6일째
내일은 퇴원날,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삼계탕이 나왔다. 또 1인실을 사용해서 그런지 서비스로 영양제 수액을 맞았고, 실밥을 풀었다(실밥 풀 때 하나도 안 아픔)
친구가 병문안 와서 떡 하고 에너지음료를 주고 갔다(감동)



#7일째
퇴원수속을 마친 후 병원 준비물이었던 속싸개 겉싸개 배넷저고리, 모자 등등 챙겨서 신생아실로 고고 했다 마지막 안내를 받고, 챙겨 온 옷을 입히고 여러 설명을 듣고(퇴원일이 일요일이라 소아과 검진 못 받음)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했다.
6. 마무리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인 출산!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 엄마가 되는 길은 쉽지 않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기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앞으로 아기와 함께 만들어갈 하루하루가 너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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